[대선기획]18대 대통령 후보에게 바란다(4)식량자급률 제고-‘남아돈다’던 쌀마저 자급률 ‘8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국가는 위기에 처했다. 때로는 정권이 무너지는 경우까지 있었다. 2007~2008년 카메룬·멕시코·인도네시아 등 30여개국에서 발생한 시위나, 2011년 초 튀니지·이집트·리비아 등을 휩쓴 재스민혁명 등은 모두 식량부족 문제가 직간접적인 원인이었다. 44%대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사태는 더 이상 먼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하면 곡물 수출국은 언제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해 국내 식량 확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식량자급률 향상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우려되는 식량자급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발간한 ‘2012 농림수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밀 자급률은 2.2%, 옥수수는 3.3%, 콩은 22.5%에 불과하다. ‘남아돈다’던 쌀마저 지난해 자급률이 83%까지 떨어졌다. 2010년산 신곡만을 놓고 따진 것이긴 하지만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낮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해외농업개발,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의 경우 의욕만 앞섰을 뿐 미국에 수출 엘리베이터를 확보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해외농업개발도 665억원을 쏟아부어 13만8,300여t의 곡물을 확보했지만 국내로 반입된 곡물은 604t에 불과하다.

　배민식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해외농업개발과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은 조급하게 추진할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라며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분석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생산기반 확대가 최우선

　이처럼 해외에서 곡물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생산기반 확충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농지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20년 곡물자급률 3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75만㏊의 농지가 필요하지만 각종 개발사업으로 농지는 갈수록 줄어 2020년 160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가올 농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개발 등으로 인한 농지 전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다수확 고품질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이모작 확대 등을 통해 토지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토지이용률이 1970년대에는 150%에 달했으나 현재 109%에 불과하다”며 “토지이용률을 1970년대 수준으로 올리면 식량자급률을 10% 정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곡물메이저 의존 줄여야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면서도 대부분의 곡물을 곡물메이저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곡물 도입시 가격 결정 등에 불리한 점이 많다. 따라서 곡물 수입선 다변화, 선물거래 활성화, 곡물메이저를 통하지 않는 직접 구매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사료용 곡물 수입량의 68%를 차지하는 옥수수 비중을 줄이기 위해 타피오카·주정박 등을 사료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 밖에 현재 쌀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는 공공비축제를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충남 예산·홍성)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공공비축제도 대상을 밀·콩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